역사적인 사진의 뒷이야기 (75) 2차 대전, 유럽의 마지막 미군 전사자
아래의 사진은 종군기자 로버트 카파(Robert Capa)가 2차 대전 유럽전쟁의 막바지였던 1945년 4월 18일에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촬영한 것으로, 한 건물의 발코니에서 독일군 저격수의 총에 맞아 전사한 미군 병사의 모습을 담고 있다.
피를 흘리며 쓰러진 미군의 사진은 전쟁이 끝나고 라이프 지의 5월 14일 자 전승특집호에 게재되면서 2차 대전의 ‘마지막 전사자(Last Man to Die)’라는 이름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 종군기자 로버트 카파(Robert Capa, 1913~1954)
병사의 이름은 뉴욕 로체스터 출신의 레이먼드 보먼(Raymond J. Bowman, 1924~1945)으로 사망 당시 21세. 라이프 지 측은 무명으로 게재하였으나 사진을 본 유족들이 옷깃에 항상 부착하고 있던 핀을 보고 한눈에 그임을 알아보았다.
미군 제2보병사단 제23보병연대 D중대의 기관총 부사수였던 보먼은 라이프치히 전투 중 아군을 엄호하기 위해 체펠린 다리(Zeppelinbrücke)가 보이는 전망이 탁 트인 발코니에 브라우닝 M1917 중기관총을 설치하고 있었다.
▲ 브라우닝 M1917 중기관총을 설치하는 레이먼드 보먼(오른쪽)
이때 독일 저격수가 쏜 탄환이 어디선가 날아와 보먼의 머리를 관통하였고, 그는 현장에서 쓰러져 전사하였다.
죽어가는 보먼의 마지막 순간은 발코니 계단을 통해 올라온 로버트 카파에 의해 촬영되었으며, 유해는 1948년에야 고국으로 송환되었다.
▲ 긴박한 저격순간의 사진
종전을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에 발생한 안타깝고도 적나라한 순간은 대중들의 마음에 깊은 여운을 남겼고, 오늘날 2차 대전의 끔찍함을 상징하는 가장 강렬한 사진들 중 하나로 남게 되었다.
2016년 4월 17월, 독일 라이프치히 시는 보먼이 전사한 건물(카파 하우스)이 있던 ‘자날리 61(Jahnallee 61)’을 ‘보먼스트라세(Bowmanstraße)’로, 다른 한 구역을 로버트 카파의 이름을 따 ‘카파스트라세(Capastraße)로 개칭하고 매년 추모행사를 갖고 있다.
▲ 카파하우스의 모습과 개칭식에 참가한 제2보병사단의 마지막 생존자 리먼 릭스(Lehman Riggs, 1920~2021)
한편, 상징적인 사진과는 별개로 유럽에서 실제로 마지막으로 전사한 미군 병사는 1945년 5월 7일 오전 8시 20분경에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전사한 찰리 하블랏(Charley Havlat)이었다.
▲ 찰리 하블랏과 그가 전사한 위치에 세워진 기념비
하블랏은 체코슬로바키아의 볼라리(Volary) 마을을 수색하던 중 숲에서 매복하고 있던 독일군의 총에 맞아 즉사했는데, 그가 사망한 지 불과 10분 후에 ‘모든 독일군은 휴전 선언에 따라 무기를 내리고 연합군에 협조해야 한다‘는 명령이 하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