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귀족의 딸 ⑤ 한상학의 딸, 한길희

한상학(韓相鶴)은 구한말의 관료이자 일제시대에는 이왕직 사무관으로도 근무했던 인물. 한국의 대표적인 친일파로 남아있는 이완용(李完用)이 사망할 때 의료진을 제외하고 이윤용(李允用), 이항구(李恒九)와 함께 자리를 지킨 세명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이윤용이 이완용의 이복 서형이고, 이항구가 이완용의 아들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가족이 아닌 남으로는 유일하게 당대 최고 권력자의 임종을 지킨 것.

 

– 관련 글: 이완용의 사망과 장례식

 

이를 통해 상당한 지위를 누렸을 것으로 유추할 수 있지만 한상학의 자료는 생각보다 많이 남아있지 않아서 의아할 정도이다.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주요 일화는 그가 ‘고종 독살설‘의 주범이라는 소문의 중심에 있었다는 것인데, 의혹이 사실이든 아니든 해명할 길이 없는 상황이니 관료의 자리에서 물러난 후에는 세상 사람들의 입에 거의 오르내리지 않을 정도로 최대한 조용히 살았던 것이 아니었을까.

 

한상학의 말년은 아래의 딸과 관련된 기사를 통해 조금이나마 볼 수 있다.

 

한상학(韓相鶴)은 구한말의 관료이자 일제시대에는 이왕직 사무관으로도 근무했던 인물. 한국의 대표적인 친일파로 남아있는 이완용(李完用)이 사망할 때 의료진을 제외하고 이윤용(李允用), 이항구(李恒九)와 함께 자리를 지킨 세명 중 한 명이기도 하다. 1
▲ 한길희(1914~?)

 

– 수예(手藝)의 특재(特才) 한길희(韓吉熙)

 

사진에 보이는 귀여운 작은아씨로 그 이름은 한길희 양입니다.

 

전 이왕직 사무관으로 있던 한상학(韓相鶴)씨의 다섯째 막내 따님으로 방금 열세 살 된 꽃봉오리 같은 아기씨입니다.

 

경성사범학교 부속여자보통학교 5학년에 재학 중이니 선생님과 동무들의 사랑을 극진히 받는다 합니다. 특히 많은 학과 중에도 습자, 도화, 수예 등이 우량하여 차근차근한 성질과 예술적 천질이 은연중에 보인 다합니다.

 

집안에 돌아가면 길희 양은 8남매 중에 제일 막내 따님으로, 어머님과 아버님의 쥐면 꺼질까 불면 날아갈까 하는 사랑도 한량없거니와 여러 형님과 오빠의 우애도 지극하여 그야말로 곱게 사랑 가운데서만 키워 났다 합니다.

 

학과에 모르는 것이 있으면 형님 오빠들에게 친절히 물어 배우는 것이요. 수예나 도화에 잘 그려진 것이 있으면 아버님, 어머님께 보여드리어 한 집안의 평화와 행복은 오직 길희 양의 일동일정(一動一靜)에 나온다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러므로 더욱 길희 양은 집안 어른들의 귀여움을 한 몸에 싣고 하루하루 커가는 것입니다. 앞길이 길고 또 그곳에 행복과 광채가 기다리는 듯한 길희 양의 전도가 몹시 부럽지 않습니까?

【매일신보 1926.11.13】


1926년 신문지상에 소개된 한상학의 8남매 중 막내딸 한길희(韓吉熙)는 13세로 경성사범학교 부속여자보통학교(현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부설초등학교) 5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기사에 나오는 한길희의 학교생활과 가정환경을 보면 한상학은 사치로 인해 몰락했던 조선귀족들처럼 생활이 곤란에 빠진 것도 아니었던 것으로 보이며, 단순히 공직을 맡지 않고 조용한 말년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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