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사랑 때문에 세상을 등지려 한 기생들

근대의 기생들은 오늘날의 연예인과 같은 화려한 생활을 동경하거나, 혹은 가정 형편이 어려워 집안을 일으키기 위해 화류계에 나선 경우가 많았다.

두 경우 모두 금전이 목적이었기에 기생들은 실리에 매우 밝은 편이었다. 또 명성이 높은 기생의 부모들은 매니저처럼 금전관계를 직접 관리하거나 딸을 소개받기 원하는 사람과 직접 흥정에 나서기도 하였다.


하지만 당연히 기생들도 젊은 청춘이었기에 아래의 기사처럼 사랑에 눈이 머는 경우도 있었다.

 

– 그들은 왜 자살하나?
– 기생 음독자살(妓生飮毒自殺)

기생의 몸으로 돈 없는 남자와 정은 들대로 들었으나, 돈만 아는 부모의 엄한 간섭으로 결국 이를 비관하고 음독자살을 하려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고 애타는 가슴을 쥐어뜯으며 눈물을 짓는 기생이 있으니,

그는 평양 기생권번에 기적을 둔 평양부 신장리 86번지 안기화(安奇花, 27)로 지금으로부터 6년 전 평양부 내에서 피혁 중개업을 하고 있는 함모(25)와 서로 알게 된 그 후부터 사랑은 점점 깊어져 조그만 셋방이라도 얻어서 남부럽지 않은 부부생활을 하려고 결심을 한 후, 누차 안기화의 부모에게 승낙을 요구하였으나 끝내 응락을 하지 아니하였다.

안기화는 할 수 없이 11일 밤 12시경 집안사람들이 깊이 잠든 틈을 타 가지고 다량의 ‘구레조-루’를 마시고 한 많은 세상을 저버리려 하였으나 약을 마신 후 고통이 심하여 신음하는 소리에 놀라 깊이 든 잠을 깬 그의 어머니는 부근 보화의원으로 달려가 원장을 청하여다가 응급수당을 베풀어 겨우 생명을 구하였으나, 원체 다량의 독약을 마시었으므로 아직 의식을 분간치 못하고 자기의 정부를 향하여 “죽지 않고 살기만 하면 일생을 같이합시다.”라는 힘없는 말만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매일신보 1936.04.15】

위 기사에 등장하는 평양기생 안기화의 부모도 이제 기생으로서의 수명을 다해가는 딸이 돈 많은 부잣집 영감의 소실로 들어가기를 원하고 있었는데, 기대를 저버리고 비슷한 나이의 남자와 '진짜' 사랑에 빠진 것이 탐탁지 않았던 듯하다. 1

 

위 기사에 등장하는 평양기생 안기화의 부모도 이제 기생으로서의 수명을 다해가는 딸이 돈 많은 부잣집 영감의 소실로 들어가기를 원하고 있었는데, 기대를 저버리고 비슷한 나이의 남자와 ‘진짜‘ 사랑에 빠진 것이 탐탁지 않았던 듯하다.


부모의 반대가 몇 년이 지나도 완강하자 결국 그녀는 소독약으로 쓰이는 크레졸(Cresol)을 마시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에 이르렀다는 안타까운 이야기. 안기화는 과연 무사히 회복해서 정신없는 와중에도 되뇌던 사랑을 쟁취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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