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단일백인(藝壇一百人) [58] 영월(暎月, 기생)

사기전골 사는 장영월(張暎月)이라 하면 아마 모르는 사람이 없을 터이라.

모란봉 아래 대동강변에서 봄꽃과 가을 달을 15세부터 희롱하더니, 다행히 인연이 16세에 이르러 영월의 몸으로 어떠한 사람의 집 애첩이 되었더라.
그러나 그 인연이 길지 못하고 불과 2년간에 남북으로 헤어지며 평양을 하직하고 영월이는 경성으로 올라오니 금년이 18세라.

설부화용이라 하는 말은 옛날부터 전하여 내려오는 여자의 아름다움을 이르는 것이나, 진실로 장영월을 두고 이른 말이로다.

서시의 옥용인지 양귀비의 태도인지 항장군의 우미인인가. 미목반혜요, 교소천혜로다.
한번 웃음에 친금이 내왕(來往)하고, 한번 찡기면(찡그리면) 화류계 모두가 효빈하며, 이슬을 머금은 꽃이 달 아래에 비치는 듯 소리도 잘하고 춤도 얌전하다.

■ 매일신보에서는 100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기사를 연재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을 「예단일백인(藝檀一百人)」이라 하였다. 1
▲ 장영월(張暎月)


경성에 올라올 때는 남편을 이별한 눈물이 마르지 아니하여 기생으로 올라올 생각은 장영월의 마음에는 없었건마는 여러 친한 동무의 권고로 남편을 다시 구하기 위하여 무부기로 출신한지 불과 오삭이라.

 

그러나 원근에 이름은 벌써 드날리어 주야에 한가한 여가가 없음은 장영월이 한 사람인 듯하다.

 

친한 사람을 만나면 변말하기가 일쑤라는데…

「홍야 홋떠구야」

하는 것이 영월이 명옥이 사이에는 특별한 암호라든가.

【매일신보 1914.04.15】

– 사기전골: 사기동(砂器洞). 종로구 서린동에 있던 마을로서 사기전(砂器廛, 도자기 가게)이 있던 데서 유래
– 서시(西施): 중국 고대 4대 미녀
– 옥용(玉容): 옥같이 고운 용모. 미인
– 항장군: 중국 진나라 말기 무장. 항우(項羽)
– 우미인: 초나라 때 인물로, 항우의 첩
– 미목반혜(美目盼兮): 아름다운 눈과 반짝이는 눈망울
– 교소천혜(巧笑倩兮): 고운 웃음과 보조개
– 친금(嚫金): 베푸는 재물. 팁
– 내왕(來往): 오고 감
– 찡기다: ‘찡그리다’의 비표준어
– 효빈(效顰): 눈살 찌푸리는 것까지도 우러러 따라한다는 뜻
– 무부기(無夫妓): 정해진 기둥서방이 없는 기생
– 출신(出身): 처음으로 일을 시작하거나 벼슬길에 나섬
– 오삭(五朔): 삭(朔)은 달을 세는 단위. 5개월
– 원근(遠近): 멀고 가까운 곳 모두

– 변말: 다른 사람들이 알아듣지 못하도록 특정계층들끼리만 빈번하게 사용하는 말. 은어

■ 매일신보에서는 100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기사를 연재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을 「예단일백인(藝檀一百人)」이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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