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5년 5월 12일, 폴란드의 지도자 유제프 피우수트스키(Józef Piłsudski)의 사망 소식은 독일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 유제프 피우수트스키(Józef Klemens Piłsudski, 1867~1935)
독일의 주요 신문들은 일제히 1면에 애도의 뜻을 실었고, 나치당 기관지였던 ‘뵐키셔 베오바흐터(Völkischer Beobachter)’는 <새로운 독일은, 처음으로 국가사회주의 독일제국(Reich)에 용기 있는 공개적 신뢰와 완전한 동맹을 보여준 이 위대한 정치가의 관 앞에서 국기와 군기를 내린다>고 보도했다.
아돌프 히틀러(Adolf Hitler, 1889~1945) 또한 독일 전역에 국가적인 애도를 선포했고, 당시 폴란드 대통령 이그나치 모시치츠키(Ignacy Mościcki)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전문을 보냈다.
“피우수트스키 원수의 서거 소식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귀하와 폴란드 정부에 진심 어린 위로를 전합니다. 폴란드는 영원 속으로 부름받은 원수를 통해 새로운 국가의 창조자와 가장 충실한 아들을 잃었습니다. 폴란드 국민과 함께 독일 국민도 이 위대한 애국자의 죽음을 애도합니다. 그는 독일과의 완전한 협력을 통해 우리 양국뿐만 아니라 유럽을 안정시키는 데 헤아릴 수 없는 공헌을 했습니다.”
추가로 히틀러는 피우수트스키의 부인 알렉산드라(Aleksandra Piłsudska, 1882~1963)에게도 개인적인 위로의 편지를 보냈다.
“남편이신 피우수트스키 원수 각하의 슬픈 소식은 저에게 매우 깊은 상처를 주었습니다. 존경하는 부인과 가족 여러분께 저의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합니다. 고인의 모습은 제 감사한 기억 속에 영원히 간직될 것입니다.”

▲ 1935년 5월 18일, 피우수트스키 장례식에 참석한 독일 대표단이 크라쿠프 거리를 걷고 있다. 좌측부터 독일공군 총사령관 헤르만 괴링(Hermann Göring), 외교대표로 참석한 주폴란드 대사 한스아돌프 폰 몰트케(Hans-Adolf von Moltke), 군사 대표로 참석한 페도어 폰 보크(Fedor von Bock), 공군 대표로 참석한 발터 베버(Walther Wever), 해군 대표로 참석한 카를 비첼(Karl Witzell)이다.
피우수트스키의 장례식이 열리던 1935년 5월 18일에는 히틀러의 지시로 베를린 성 헤트비히 대성당(St. Hedwig’s Cathedral)에서도 피우수트스키를 위한 상징적인 관을 놓고 추모 미사가 거행되었고, 미사 후에는 독일군 의장대가 관에 군사적 경의를 표했다.
일설에 따르면, 이날의 미사는 히틀러가 공식적으로 종교의식에 참여한 마지막 행사였다는 이야기도 있다.

▲ 피우수트스키의 추모 미사에 참석한 히틀러
이처럼 히틀러가 피우수트스키에 대해 가졌던 존경심은 1939년 9월 1일, 폴란드 침공 직전의 발언에서도 엿볼 수 있다. 그는 “피우수트스키가 살아있었다면 전쟁은 없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놀랍게도 1939년 9월 6일에 독일군이 폴란드의 크라쿠프(Kraków)를 점령한 후, 히틀러는 제17군단 사령관이었던 베르너 키에니츠(Werner Kienitz) 장군에게 곧장 바벨 대성당(Wawel Cathedral)으로 가라는 명령을 내렸다. 키에니츠 장군은 은종탑 아래의 지하묘지에 안치된 피우수트스키 원수의 관에 화환을 바쳤고, 그 후 묘소 앞에는 독일군 경비대가 배치되었다고 한다.

▲ 바벨에 위치한 피우수드크키 원수의 묘소 앞에 서 있는 독일 명예경비(Niemiecka warta honorowa przy grobie marszałka Piłsudskiego w Wawelu)
하지만 이러한 독일군의 피우수트스키에 대한 경의 표시는 단순한 존경의 표현이 아니라 정치적 선전이 목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독일 측은 폴란드 점령 후 일련의 장면들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촬영하여 폴란드 국민들에게 보여주며 “피우수드스키가 살아있었다면 양국 간의 전쟁을 막고 우호가 유지되었을 것”이라는 선전을 펼쳤다.
이는 ‘위대하고 정의로운’ 독일과 신뢰할 수 있는 계약을 맺은 피우수트스키를 찬양함으로써 국제법과 외교 관례를 무시하고 독일-폴란드 불가침 조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자신들의 책임을 희석시키려는 목적이었다는 것이다.

▲ 바벨 대성당 지하에 안치된 피우수트스키의 관